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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까지 터널을 뚫을 수 있을까?

돌돌통 2025. 7. 25.

지구 반대편까지 터널을 뚫을 수 있을까? 과학이 말하는 네 가지 불가능의 이유

 

어릴 적 한 번쯤 상상해본 적 있을 겁니다.
"지구를 곧장 파내려가면 반대편 나라로 나올 수 있을까?"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에서 지구를 통과하는 거대한 터널은 꽤 매력적인 설정이죠.
하지만 과학은 냉정하게 말합니다.
"지구는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오늘은 지구 반대편까지 뚫을 수 없는 네 가지 과학적 이유를 아주 자세히 소개해드릴게요.
단순히 "불가능하다"로 끝내지 않고, 왜 그런지 과학적으로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1. 지구 내부 환경은 '지옥' 그 자체

 

지구는 껍데기인 '지각'을 지나면 바로 지옥 같은 환경이 펼쳐집니다.
바로 '맨틀'이라는 고온 고압의 암석층이 등장하죠. 이 맨틀의 두께만 약 2,900km에 달합니다.
그 아래에는 무려 6,000°C에 달하는 액체 금속 상태의 외핵, 그리고 중심에는 철과 니켈로 이루어진 단단한 내핵이 존재합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인류가 판 가장 깊은 구멍은 러시아의 콜라 초심도 시추공(Kola Superdeep Borehole)으로, 깊이는 겨우 12.2km입니다.
지구 지름이 약 12,800km인 걸 고려하면, 우리가 파 들어간 깊이는 사과 껍질의 두께 수준에 불과하죠.

2. 엄청난 압력과 온도 앞에 인간 기술은 무력하다

 

지구 중심부로 들어갈수록 압력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최대 360만 기압
참고로 해저 10km에서의 압력이 약 1,000기압이니, 지구 내부는 그보다 3,600배 더 압력이 강한 셈입니다.

여기에 온도까지 5,000~6,000°C 이상으로 치솟습니다. 현재 존재하는 어떤 드릴, 금속, 세라믹 소재도 이 환경에서 버틸 수 없습니다. 녹아내리거나 압력에 으깨지죠.
이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인 기술로는 이 환경을 견딜 구조물을 만드는 게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3. 지구는 돌고 있다 — ‘코리올리 효과’의 장벽

 

이제 단순히 파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구는 자전하고 있기 때문에, 뚫린 구멍을 통해 물체를 떨어뜨리면 직선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회전력에 의해 옆으로 밀려나며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코리올리 효과(Coriolis Effect)입니다.
날씨와 해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한 이 효과는, 지구 중심을 통과하는 물체의 운동 방향에도 혼란을 일으킵니다.

즉, 이론적으로 완벽히 뚫려 있는 통로가 있다고 해도, 중간에 궤도 이탈하여 벽에 충돌하거나 낙하하지 못하고 튕겨버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죠.

 

4. 공기 저항과 열, 그리고 중력의 복잡한 작용

 

"그럼 진공 상태로 만들어버리면 되지 않나요?"
이 역시 단순하지 않습니다.

  • 공기를 넣으면 낙하 중 발생하는 저항 때문에 물체는 마찰열에 불타버릴 수 있고,
  • 공기를 제거한 진공 상태라도 지구의 내부 밀도 변화에 따른 중력 가속도의 불균형으로 인해 물체가 흔들리며 추락하고 반대편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중간에 터널이 휘거나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낙하 중 방향이 바뀌어 벽에 충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모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만약 지구 중심까지의 고온, 고압, 자전, 공기 문제 등을 모두 해결하고 직선의 완벽한 진공 터널을 만든다면 물체는 약 40분 만에 반대편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지구 내부의 중력이 낙하 속도를 점점 높이다가, 중심을 지난 후에는 반대편으로 ‘감속하며’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이론은 ‘단진자 운동(Simple Harmonic Motion)’과 유사한 물리 개념으로 설명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뜻이고,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지구를 뚫는 상상은 과학적으로 흥미롭지만, 현실은 아직 멀었다

 

지구를 뚫고 반대편까지 가는 건, 어쩌면 인류의 가장 극단적인 과학적 도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 지구 내부의 극한 환경을 극복할 재료도 없고,
  • 회전력으로 인한 물리적 간섭도 해결할 수 없으며,
  • 에너지 소모와 안전성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구 반대편으로 직통하는 터널은 아직도 공상과학 속 이야기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상상이 기술의 진보를 자극하는 좋은 질문이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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